좀 무겁거나 진지한 글을 써야할 때 유행중인 영화나 노래, 드라마를 잠시 인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독자의 눈길을 끌기 쉽고, 또 이해도 쉽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인들이 주몽을 자주 인용하는 것이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비만, 성형을 주제로 글을 쓰는 이들에게 좋은 요릿감이 된다. 여성들의 외모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비판하는 글에도 이 영화가 단골로 나타나고, 반대로 성형을 옹호하는 글에도 김아중의 대변신이 쓰인다. 그러니 H2 블로그에도 김아중의 대변신을 소재로 글을 하나 써도 되지 않을까?
미녀립싱크가수와 뚱보대창가수, 음반 프로듀서, 음반회사 거물들, 성형외과의사 , 요양원에 있는 아버지등등 다양한 인물들이 빚어내는 한 편의 쇼에 벌써 600만 관중이 들었다고 하니 이 영화에 뭔가가 있긴 있나보다. 해신의 매력있는 무사에서 대변신한 김아중의 매력외에 무엇이 더 있을까? 이런 어려운 질문은 영화평론가들에게 맡기고 여기선 영화속 김아중의 변신이 과연 현실에서는 어떨까하는 물음을 가져보자.
김아중이 지방흡입과 다이어트로 무려 47kg을 줄인다는 내용은 현실에서는 글쎄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우선 지방흡입은 부분비만이나 체형교정에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체중감량을 위해서는 쓰이지 않고 또 효과도 없다. 아무리 대용량흡입을 한다고 해도 5-6kg이상을 줄이기는 어렵고 그 이상 빼려고 하면 부작용의 위험이 높다. 비만클리닉에서는 월 2-3kg이상의 감량은 권하지 않는데 우선 건강을 해치기 쉽고, 빨리 빠진 만큼 쉽게 다시 찌는 요요현상도 잘 생기기 때문이다. 꾸준히, 평생가는 생활습관으로 체중을 줄일 수 있게 도와주는 곳이 비만클리닉이다.
요즘 외래에 부쩍 20대 환자가 늘었다. 상담실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미녀는 괴로워에서 김아중이 놀랍게 변신하는 이야기가 나올 때도 있는데 대개 '김아중 처럼은 아니더라고 지금보다는 예뻐지겠지요?' 하는 물음이 많다.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터라 김아중이 많이 예뻐지나요? 라고 물으면 수줍게 웃으며 네, 엄청이요 하고 대답한다. 영화를 보고 수술을 결심하는 환자도 있을 것 같아 물어보면 그건 또 아니란다. 영화속 김아중처럼 대변신을 하는 건 원치않는다는 환자가 대부분이다.
예전처럼 무작정 예쁘게 해주세요 라고 말하는 환자도 요즘엔 거의 없고, 대부분 자기 이미지에서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그 것을 바꿔달라는 주문이 많다. 수술을 해주는 입장에서도 선생님이 알아서 해주세요 하는 것 보다는 이런저런 방향으로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가진 환자가 수술하기에도 편하고, 또 결과도 좋다. H2 에서는 닮고 싶은 이미지의 사진을 가져오라고 부탁을 드리는데 대부분 아주 황당한 사진보다는 대체로 자신과 골격이 비슷하거나 닮은 연예인들의 사진을 가져오는 걸 보게 된다. 그런 사진이 있으면 물론 꼭 같이 복제를 해줄 수는 없더라도 가능한 범위에서는 환자의 희망대로 수술방법을 결정하게 된다. 현명한 환자가 명의를 만드는 법이다.
요즘 수술이 늘다보니 귀가시간도 늦어져서 12시 가까워서 들어가는 날이 잦다. 직원들과 수술후에 먹는 야식도 덩달아 늘다보니 자꾸 배가 나오는 것 같아 걱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