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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폭탄에 대한 짧은 생각

20 여년전 대학 신입생때 미팅을 나가면 상대방 여학생들중 외모가 처지는 사람을 친구들끼리 '폭탄'이라고 불렀다.또 그 여학생과 짝이 지어진 친구는 '폭탄처리반'이라고까지 부르기도 했었다. 참 철없는 시절이었던 것 같다.
요즘 외신뉴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폭격 혹은 침공을 보도한 사진에 나오는 폭격장면을 보면서 갑자기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새삼 생각하게 되고, 그러자  폭탄이라는 끔찍한 말을 감히 사람에 빗대어 썻던 그 시절이 새삼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지난 7월 내내 이어지던 장마와, 중순무렵부터 전국을 휩쓸고 지나간 집중호우와 엄청난 피해를 보도를 통해서만 접했던 것 역시 우리가 레바논의 고통을 텔레비전을 통해서 무심히 보는 것과 비슷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바로 우리 이웃에서 벌어지는 일도 텔레비전 속에서는 먼 나라의 일 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은 내가 무심해서일까 아니면 비디오시대에 흔한 일일까?





안타까운 수재 장면을 접하면서 느낀 것 중 또 하나는 언론에서 '물폭탄'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쓰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연초에 부동산정책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세금폭탄'이라는 말이 많이 쓰였는데 그 영향이었는지 예전 같으면 집중호우나 장대비 등으로 표현했을 일들이 올 해에는 물폭탄이 되어버렸다...
수재민들이 하늘에 무슨 죄를 지은 사람들도 아닐텐데 하늘에서 내린 물폭탄을 맞았다고 하니 그 분들의 심정을 고려하지 않은 '물폭탄'이라... 비단 이번 수재보도에서 뿐 아니라 스포츠나 정치 분야의 보도에서도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표현을 많이 보게 된다. '대폭발', '출전','직격탄' 등등.

외래에서 수술을 위한 상담을 할 때, 단어 선택에 매우 조심하게 되는데 성형외과에 오신 분들은 어느 정도 외모에 대한 잠재적인 상처가 있는 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무심결에 한 말이 상담을 받던 환자의 약점을 건드리게 되거나, 불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서는 그 상담이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언론보도에서 보다 순화된 표현들을 쓴다면 세상이 좀 더 부드러워지지 않을까?

                                                                                                              Happiness and Harmony, H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