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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안아 드릴게요, 꼬옥~”…자유롭게 껴안기 운동 국내상륙

[동아일보 2006-10-25 10:29]

23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 현대백화점 앞 전철역 입구.

주황색 잠바에 회색 면바지를 입고 검은 책가방을 멘 키 180cm가량의 평범한 20대 청년이 4절지 크기의 하얀 종이를 두 손 높이 들고 서 있다.

‘FREE HUGS.’

종이 위에 검은색 굵은 펜글씨로 쓰여 있는 이 글귀는 최근 한국에 상륙해 인터넷을 통해 전국으로 퍼지고 있는 ‘자유롭게 껴안기(Free Hugs) 운동’.

이 운동에 참여한 세계 사람들은 “낯선 사람들과 껴안음으로써 미소와 기쁨을 전하기 위해 운동에 동참한다”고 말한다.

전철역 입구 가운데 꿋꿋이 서 있는 이 청년은 사진작가 강창완 씨. 그는 “어젯밤 인터넷에서 이 운동을 벌이는 모습이 찍힌 동영상을 보고 감동해 잠을 이룰 수 없었다”며 “낯선 사람에게도 아무런 대가 없이 정과 사랑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어 집 근처인 이곳에 당장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강 씨가 서 있는 전철역 입구로 향하는 두 개의 횡단보도에서는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뀔 때마다 인파가 우르르 몰려들었다. 갑자기 추워진 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지나는 행인들 대부분은 그를 힐끗 쳐다보고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지나쳐 버렸다.

약 5분이 흐른 후 짙은 노란 유니폼에 모자를 쓴 요구르트 판매 아주머니 정모(56) 씨가 요구르트가 든 상자를 내려놓으며 강 씨 뒤쪽에 서 있던 기자에게 “이게 대체 뭐랍니까”라고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설명을 들은 정 씨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참 별짓을 다 한다”면서 “아이고, 우리 아들 같은데 나도 한번 안아볼까”라며 강 씨에게 안겼다.

강 씨의 가슴에 머리를 묻고 말없이 웃으며 포옹을 한 정 씨는 “이렇게 예쁜 짓을 하니 얼마나 기특하냐”며 “스트레스가 그냥 날아가는 것만 같다”고 손뼉을 치며 말했다.

5분 후 반듯한 정장 스커트 차림에 머리를 잘 빗어 넘겨 올린 20대 여성이 강 씨에게로 다가와 멈췄다.

그는 울었는지 붉게 충혈된 두 눈으로 강 씨를 보며 힘없는 목소리로 “오늘 면접 망쳐서 기분 나쁜데 안아줄래요?”라고 물었다. 부산에서 올라와 이날 항공사 승무원 면접시험을 봤다는 장우정(23) 씨는 “면접에서 실수를 많이 해 속상했는데 우연히 눈을 마주친 이분이 나를 보고 웃어 주니 기분이 좋아져서 포옹했다”고 말했다.

이 운동을 모르는 어른들은 강 씨를 보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백발에 안경을 쓴 정장 차림의 노인은 전철역 입구로 들어서며 빤히 강 씨를 바라보더니 왼손 검지로 머리 옆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몇몇 아주머니는 그를 멍하니 바라보더니 머리를 가로저으며 지나치기도 했다.

“100명 중 1명이라도 포옹할 수 있다면 괜찮아요. 이렇게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정을 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합니다.”

이날 처음 운동을 시도해 오후 10시 반까지 사람들과 사랑을 나눈 강 씨는 추워진 밤바람에 따뜻한 코코아를 사다 준 여학생, 캔커피를 손에 들려준 아주머니를 회고하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프리 허그 운동:

최근 한국에서 ‘자유롭게 껴안기’, ‘무료로 안아주기’ 등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프리 허그 운동은 2004년경 호주의 후안 만 씨가 시드니 거리에서 시작했다. 이를 친구 사이먼 무어 씨가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올리면서 지구촌 곳곳에 퍼졌다. 동영상을 접한 사람들은 ‘FREE HUGS’라는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인파가 몰리는 길거리에 나가 낯선 사람들에게 아무런 조건 없는 포옹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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