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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광화문의 장동건

유명한 배우들이 1인 시위를 하다 어젠 단체로 영화배우들이 거리로 나섰다. 스크린 쿼터를 둘러싼 논의는 또 본질을 외면한 채 집단 이기주의냐 국익이냐의 흑백논리로 물러서고 있다. 생각을 한번 정리해 보아야 겠다.

경제학에서는 본질적으로 수입쿼터제는 매우 효율성이 낮은 제도이다. 수요와 공급의 간단한 원리를 적용하자면, 수입 쿼터제는 외산 상품의 공급을 제한하는 것이다. 공급이 감소하면 상품의 시장 가격은 자연히 올라가게 마련이다. 상품 가격이 인상되어 늘어난 수입은 소비자보다는 생산자에게 돌아간다. 즉 수입 쿼터제는 국내 생산자의 잉여를 보장해주는 제도이다.

이렇게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분야별로 수입 쿼터제를 두는 것은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할 산업일 때, 그 산업이 시장 경쟁에 살아남을 때까지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 보호해주는 것이다. 그 사회의 문화를 이끌어가는 방송, 영화와 같은 문화 콘텐츠 상품일 때는 그 정당성이 더욱 커진다. 그 직접적인 수혜자가 관객보다도 영화 상품을 공급하는 기업일지라도 우리 영화가 질적으로 성장하며 다시 관객이 수준 높은 영화를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문화 상품은 정적 외부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이 정당화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크린 쿼터제 축소 여부를 논할 때는 우리 영화 시장의 생산력과 외국 영화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이 성장했는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한다.

현재 우리 영화 시장의 구조는 어떠한가? 영화 기획사, 제작사, 배급사의 수직 결합이 가속화되어 있어 시장이 점차 집중되고 있다. 더구나 영화 상품이 유통될 수 있는 배급 창구가 늘어나 우리나라도 바야흐로 윈도우 효과가 일어나는 상황이다. 그래서 혹자의 주장대로 스크린 쿼터가 없어도 막대한 수의 멀티플렉스관을 포함한 2-3개의 배급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영화 제작사가 만든 영화는 아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1,000만 관객이 가능한 것은 영화의 흡인력보다도 초기 개봉관 수 500개를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영화 흥행 결정 요인은 시나리오, 제작비, 스타, 영화 감독 그 어떤 것도 아닌 초기 개봉관 수라는 것이다.

실미도와 태극기, 동막골, 왕의남자가 흥행 가도를 달릴 때 영화계의 한편에서는 예전보다 더 열악하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았다. 바로 배급사와 제휴를 맺지 못하여 개봉 극장을 확보하지 못하여 영화를 만들었어도 관객에게 보여줄 수 없는 소규모 독립 제작사들이다. 소수 배급사들의 횡포때문에, 특히 배급사들이 판권을 확보하고 있는 영화가 개봉할 즈음에는 극장 얻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는 것이다.

방송 시장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지상파 3사가 방송 콘텐츠의 제작, 유통을 수직 결합하여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 그런데 방송 시장에서는 이를 견제하여 독립제작사들이 제작한 프로그램을 방송하도록 하는 외주제작쿼터제를 두고 있다. 그나마 1차 방영 이후 후속 창구창구에서 지상파 방송사가 모두 판권을 소유하고 있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도 해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규제를 폐지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 영화 시장의 흐름을 보면, 1000만 관객 대박이 나오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제작편수는 감소하고 있다. 그나마 배급사를 보유한 수직결합구조를 가진 영화제작사가 mass appeal할 수 있는 장르만 만들어낼 뿐, 장르의 다양성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그리고 관객이 접할 수 있는 외국 영화가 현저히 감소했다. 외국 영화 시장의 Box Office 10에 있는 영화 중 1/3도 채 수입이 되지 못한다. 그나마 국내에 들어오는 영화는 반지의제왕, 헤리포터와 같은 전 세계적인 배급망을 작동하는 대자본 영화만 들어올 뿐, 소자본으로 제작된 잔잔한 영화들은 이제 구경하기도 이름조차 들어보기도 힘들다.

국내 영화시장에 내재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도 만만치 않은데, 방송 시장과 달리 규제 근거가 약해 그냥 시장에, 즉 자본의 힘에 맡겨 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반대로 스크린 쿼터제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국내 영화가 유통될 수 있는 창구가 보장되어 있으면 투자자를 모으기 쉽다. 독립제작사가 지상파 방송사에 방영될 가능성이 커지면 프로그램 제작에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시청률은 보장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10%이상은 나올 수 있다. 마찬가지로 영화 배급만 가능하다면 영화 제작자가 대자본을 모으기 쉽다. 최근 국내 영화 제작비가 100억, 200억 증가할 수 있는 것은 1차 영화 시장 규모가 커졌고, 이를 유통시킬 수 있는 후속 창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CJ와 Onmedia의 경우 자사가 보유한 채널에서 방영할 수 있는 국내 영화 판권을 보유하기 위해 제작단계부터 관여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 영화의 판권을 80% 이상 가지고 있다. DMB, IPTV 매체가 증가할 수록 영화상품에 대한 수요는 더 증가하기 때문에 앞으로 영화 제작비는 계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스크린 쿼터제가 없어지면 제작사가 투자자를 얻기가 예전보다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대작에 익숙해진 관객인데 다시 영세한 자본으로 만들어진 다소 질 낮은 영화를 마주하게 되면 관객이 냉정하게 돌아설 수 있다. (물론 소자본을 만든 좋은 작품이 가끔 있지만, 그 영화들도 마케팅 비용이 장난이 아니다) 더구나 현재에도 극장을 얻기 힘든 독립영화들은 개봉관을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최근 대형 멀티플렉스관에서 독립영화 상영관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되어 있지만, 전국적으로 따지면 몇 개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제 스크린 쿼터가 축소된 이후 시장이 어떻게 될 것인가? 이미 극장, 케이블 채널에 막대한 투자를 한 사업자들은 영화 제작을 계속 할 수밖에 없다. 스크린 쿼터제가 없더라도 영화 제작을 하고 이를 자사 극장에 건다는 것이다. 따라서 영화 제작에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은 적다. 단 국내 영화 상영 일수가 감소해 소자본 독립 영화들의 제작과 유통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유통업자가 불공정거래를 할 수 없도록 제재 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독립 영화 제작을 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배급사들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영화 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국내 영화도 비지니스상 정당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거래 거절을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영화배우들이 언론과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쉽기 때문에 앞장서고 있지만, 실제 이들보다는 다른 집단들이 뒤에 있다는 걸 알기가 다소 씁쓸하다. 경제적 논리만으로 적용할 수 없는 문화산업이지만, 이미 냉정한 시장 논리가 작동하고 있는 국내 영화 시장에 새삼 시장 논리를 들이대지 말라고 주장하는 건 모순일 듯 싶다. 오히려 엄격한 경제 이론을 적용해 보다 효율적이면서 공정한 시장 경쟁 여건을 마련하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다.

친구가 보내 준 글입니다. 골치아픈 문제지만 관심은 가져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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