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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산다는 것은...

이제부터 보실 내용은 저의 작은 소망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게 무슨 작은 소망이냐'고 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제가 작은 소망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 모든 게 '생각을 바꾸고 습관이 되도록 조금씩 노력하다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혹시라도 글 보시며 '그래, 너 잘났다' 하지 마시고, 고운 눈으로 마음에 담아주세요.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산다는 것은,

① 내 이웃과 먼 후손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 상자는 되도록 접어서 내놓고 싶습니다.



상자를 그냥 내놓으려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폐지 줍는 꼬부랑 할머니들이 뭉툭해진 손가락으로 힘겹게 상자를 뜯고 접는 장면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하루 종일 리어카를 끌어도 3000~4000원 벌이인데 가끔 호주머니에 몇 만원 넣어드리면 며칠이라도 쉬실 수 있겠지요. 김장김치도 한 통 담아 리어카에 얹어드릴 수 있고요.

폐지 줍는 할머니들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이웃으로, 우리가 마음 써줄 수 있는 이 세상 수많은 생명공동체 중에 한 예일 뿐입니다.


② 쓰레기 분리배출 잘 하는 것입니다

▲ 거의 모든 상품포장재에 있는 분리배출 표시



위 사진의 표시가 있는 것은 모두 재활용쓰레기로 분리 배출하는 것입니다. 종이상자, 유리병, 페트병, 스프 봉지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것에는 다 표시되어 있습니다. 일단 무언가를 버리기 전에는 꼭 이 표시를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종량제 봉투에 담을 쓰레기가 그리 많지 않답니다. 쓰레기를 모아보면 단지 일주일만 살아도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버리며 사는지 알게 됩니다.

서울 시민들이 하루 평균 1㎏ 남짓의 쓰레기를 버리는데, 생태순환이 가능한 시골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는 김영수란 분은 한 달 내내 버리는 쓰레기가 1㎏도 되지 않는답니다. 재활용 쓰레기도 포함한 거겠죠? 그럴 수도 있나 봅니다.


③ 자가용 덜 몰고 에어컨 안 쓰거나 덜 쓰는 것입니다.
자가용이 있어도 자주 전철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남편에게 감사하고, 덕분에 걷는 양도 많아진다 하여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쓸수록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에어컨을 안 쓰거나, 쓰더라도 덜 쓰는 방법을 찾읍시다.


④ 내가 사는 물건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줄지 고민하여 선택하는 것입니다.
쓰다가 버려지면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 생각하여, 특히 화학물질로 된 제품에 대해서는 꼭 필요한지 한 번 더 생각해보고 대체 물건은 없는지 찾아보고, 최대한 구입을 자제합니다.

사용하지 않게 되어 버리는 의약품도 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정화되지 않은 채 마시는 물에 섞이기 때문에 서울환경연합과 대한의사협회 공동으로 '가정 내 불용의약품 수거 캠페인'을 시작하였습니다. 화학물질로 된 것은 아니지만, 모피나 가죽은 생산과정에서 환경을 오염시키고 참혹한 동물학대가 이뤄지므로, 다른 재질의 제품을 구입하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한국인 1명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물자를 생산하고 폐기하는 데 1만8000여평의 땅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세계 모든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산다면 지구가 두 개는 있어야 합니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14%를 더 쓴다고 하지요(생태발자국 지수).

무엇이든지 들이기 전에 그 물건이 무엇으로 만들어져서 어떻게 사라지게 되는지 전체 사이클을 생각해 봅시다. 가정에 동물을 들이기 전에는 더욱 그래야죠. 그 동물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일생이 어떠할지, 어떠해야 할 지에 대해 미리 알아보고 고민해보고 결정하는 것 잊지마세요.


⑤ 음식물은 국물이라도 버리지 않고 간장도 먹을 만큼만 따라 먹는 것입니다.

▲ 우리 부부는 가끔 소박한 안주상을 보아 값싼 국내의 유기농 포도주로 피로를 풉니다. 간장과 고추장 등은 꼭 먹을 만치만 놓아 남겨버리지 않습니다.



짠 음식들이 물을 얼마나 오염시키는지 아시죠? 간장으로 오염된 물을 정화시키려면 버려진 간장 양의 3만 배의 물이 필요하답니다. 우리나라의 물의 오염원 중 생활하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80%나 된다고 합니다. 국물도 남으면 끓여놓았다가 먹을 수 있고요, 양념 그득한 반찬국물은 새로 반찬 만들 때 재활용할 수 있으니, 버려지는 음식들이 별로 없습니다.


⑥ 외식을 덜 하고 외식을 해도 버려지는 음식이 덜 하도록 주의하는 것입니다
버려지는 음식물은 전체 쓰레기 발생량의 30%를 차지한답니다. 북한은 하루 1만톤의 식량이 있으면 먹고 살 수 있는데, 우리가 하루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가 1만5000톤이라고 하지요.

제 가방에는 항상 라면봉지, 과자봉지들이 들어 있습니다. 외식하고 남은 음식들이 있으면 동물이 먹어도 되는 음식들만 골라 봉지에 담습니다. 동물은 땀구멍이 없어 소금 배출이 잘 안되므로 짠 음식은 물에 씻어 담습니다. 길을 헤매는 동물들 한번이라도 맛난 것 먹고 죽으라고, 골목 구석에 봉지를 펼쳐 놓아줍니다.


⑦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동물들을 고통에 빠뜨리지 않는 것입니다.

▲ 얼마전 후배가 도대체 정체 파악이 안되는 개를 구조했습니다. 털을 다 밀고 보니 요크셔테리어종입니다. 맨 아래 사진은 이런 모습으로 구조되었던 요크셔테리어가 이젠 '노모'에게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친구가 되어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이제 17살쯤 되었다니 같이 늙어가는군요. ⓒ 장민숙, 김택동


가까이 있는 생명체들을 함부로 하고 그들의 고통을 외면하면서, 도시에서는 오히려 먼 자연에 있는 생물들에만 관심 갖고 느끼고 소중히 하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모순이 아닌가요?


⑧ 동물들에 참혹한 고통을 주고 환경과 건강을 파괴하는 육식을 덜 하는 것입니다

▲ 옴짝달싹할 수 없는 곳에 갇혀 평생을 고문 당하다, 잔혹한 방법으로 도축되는 축산동물들

                                           ⓒ http://factoryfarming.com/gallery.htm

육식동물이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다 해도, 좁은 우리에 가둬놓고 평생 한 걸음 걸어볼 수도 없게 사육하다가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사진의 주소로 들어가 축산동물들의 현실을 보십시오!
인간은 육식보다는 곡·채식에 알맞은 몸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대량축산은 온갖 치명적인 바이러스, 환경 파괴, 건강 파괴, 인성 파괴를 낳고 있습니다. 드디어 생태학자들이 '반생태 먹을거리에 세금을 물리자'는 제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환경을 훼손하는 동물성 식품들에 고세율을 적용하자는 것입니다.


⑨ 친환경적 비누를 사용하고 화학물질 사용을 줄이는 것입니다.

▲ 위의 오른쪽부터 시계바늘 방향으로, 환경과 인체에 해로움이 적은 세수비누, 샴푸, 세탁기용 가루비누, 부엌비누, 빨래비누입니다. ⓒ 김효진



저는 위의 비누들을 주로 생활협동조합을 통해 구입합니다. 그 외에 다른 세제는 필요 없습니다. 업체들은 싱크대, 유리창, 변기, 자동차 등 용도별로 다양한 화학세제들을 선전하지만, 폐식용유로 재활용 한 빨래비누와 가루비누만으로도 웬만한 청소는 다 됩니다. 요즘 환경호르몬이 얼마나 무서운지 많이 얘기되고 있잖아요. 진짜로 관심 가져 보세요.

또 최근에는 'EM 발효액'이란 것이 개발되어 획기적으로 많은 부분을 해결해 준다고 하더군요. 저도 써보려고 하니 여러분도 검색하여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⑩ 당장 내 눈앞이 깨끗한 것보다 오래도록 모두 깨끗한 것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빨래는 합성세제나 표백제 사용하면 쉽게 하얗게 만들 수 있고, 해충은 살충제 사용으로 한동안 눈에 띄지 않게 할 수 있고, 소독제까지 사용하면 보이지 않는 균까지 죽일 수 있습니다. 매일 머리 감고 샤워하고 매일 두 번씩 비누세수하고 별로 더러워지지 않은 옷도 한두 번 입고 빨아버립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행사 뒷마무리는 남은 음식과 일회용 그릇들 버리는 걸로 순식간에 장내정리 끝입니다. 용도폐기 된 물건, 물건 사고 남은 포장재, 남은 음식 등 보이는대로 즉시 내 사는 공간에서 추방해버리면, 우리 식구는 당장 깨끗한 공간에서 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친환경적인 방법을 사용하면 빨래가 좀 덜 하얗게 되더라도 물을 오염시켜 모두가 더러운 물을 마시는 것보다 나을 것이고, 살충제를 쓰지 않는다면 해충이 금방 죽지 않아도 살충제를 이겨내는 더 강한 해충으로 모두에게 돌아오게 하는 것보다 나을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흙장난도 하게 하고 동물들과도 비벼대며 좀 더럽게 살게 해주는 것이 오히려 면역성을 키워주는 일입니다.

잦은 비누 사용은 피부와 머릿결에 오히려 해롭습니다. 행사음식을 위해서는 얇은 플라스틱 접시라도 많이 마련해두어 재사용하고 서로 빌려준다면 오히려 개운한 마음으로 뒷설거지를 할 수 있답니다.

합성세제나 살충제 등의 화학물질들을 내가 쓴 만큼 끌어안고 살게 된다면 견디지 못하겠지요. 그러나 그렇게 자꾸 배출해 버린 물질들, 필요 없어져서 마구 버린 물건들은 결국 오염된 땅과 물과 공기로 돌아오며 모두의 건강을 파괴한다는 '상식적인' 이야기. 좀 더럽게 살자, 바로 그 말씀입니다.


⑪ 외지에 놀러가면 오염을 덜 시키고 오는 것입니다.

▲ 강원도 평창의 맑은 계곡. ⓒ 김효진


이렇게 맑은 물이 더러워지면 괴롭지 않으세요? 여기서 세제를 쏟아 그릇 씻는 걸 보면 좀 마음 아파하고 그러세요. 근처 펜션의 현대식 싱크대에서 세제를 사용해도 저 물이 더러워진답니다. 몇 번 가다 다른 데 찾아가면 된다고요? 더 깊은 골짜기에 펜션을 지으면 된다고요?

외지 숙소에 갈 때 친환경 부엌비누 가져가서 쓰고, 떠날 때 주인이 쓰라고 선물하고 온다면, 얼마 안되는 비용으로 기분 꽤 좋아지지 않을까요?

이 모두를 똑같이 실천해 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 말고도 바람도 많고 할 말도 많습니다. 이 11가지가 그 많은 것들 중에서 깊이 생각하여 뽑아낸 항목들은 아닙니다. 그냥 저의 생활환경을 이와 같이 만들고 이런 노력을 하며 살아가야 제 마음이 편하고, 많은 사람들도 함께 노력해 주었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깊은 연구 없이 생각나는대로 써 본 것들입니다.

누군가 고통에 빠지는 것과 파괴되는 것이 싫습니다. 이 지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고, 아름다운 곳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아도 많이 다녀보지는 못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알기에 점차 파괴되어가고 소모품처럼 여겨지는 것이 무척 안타깝습니다. 터전이 파괴되고 오염되어 가며 그 속에서, 그 과정에서 고통받게 될 사람들과 생물들을 생각하면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가장 가슴이 아픈 것은, 알량한 명분으로 일으키는 전쟁으로 파괴되는 인간과 자연, 그리고 단지 인간의 말을 못하고 저항하지 못한다는 죄 때문에 인간으로부터 평생을 고문 당하다시피하다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무수한 동물들 때문입니다.

저도 되도록 노력을 하는 것이지 100% 지키지는 못합니다. 아직 많은 것을 버리고 도시를 등진 철저한 생태주의자도 아니고요. 다른 분들도 이런 저의 소망들 모두를 똑같이 실천해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왜 이런 항목들을 올렸는지 이해해주시고 할 수 있는 것 하나씩이라도 노력해주시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 나름대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실천하고 싶은 것 10가지를 적어보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생태적으로 산다는 것은 하찮게 여기는 작은 실천에 있습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어떤 발자국을 남기며 살아갈지 진지한 고민 한번 해보지 않으실래요?

'아름답고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일'에 모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소망입니다.

▲ 이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고 싶지 않으세요? ⓒ 김효진



(오마이뉴스에도 송고하였습니다.)

출처 : 카페 > 닥터 상떼 / 닥터상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