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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제니와 탐

[제니와 탐] 이별을 앞둔 제니와 탐...

3개월째 대견스럽게 혼자 택시를 타고 나에게로온 제니... 

아는 지인에게 골든리트리버를 부탁했었는데 일산에서 강아지를 데려오지 못하고 택시를 불러 뒷자석에 강아지만 달랑 보냈다. 제니의 입장으로 보면 참 어이없는 첫 외출을 통해 나를 만난 것이다. 

어릴적 얼마나 장난꾸러기에다 말썽을 피우는지... 이런 만행들은 여기 블로그에 틈틈히 증거 보존차원에서 기록을 해 놓았다. 궁금하신 분들은 우측 검색창에다 제니로 검색해 보기 바란다. 그랬던 제니가 이제 사람나이로 치면 30대 후반쯤된 어엿한 숙녀가 되었다. 

요즘은 불러도 고개도 들지 않고 눈만 돌리는 통에 이마쪽에 주름이 생길려는 녀석이지만 집으로 가면 가장 먼저 달려와 안기는 애교만점의 숙녀이다.   

그런 제니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은 심정에 데려온 녀석이 탐이다. 탐이란 이름은 단지 그 당시 탐앤탐스의 프레즐이 너무 맛있어서 얼떨결에 지은 이름이다. 사실 원래 예정된 이름은 체니였다. 제니 바로 앞에 길렀던 강아지가 애니였고, 제니는 한글로 'ㅇ' 다음이 'ㅈ'이라서 지었고, 그다음이 'ㅊ'이기 때문이었다.   


응가의 위생에 대단히 신경을 쓰는 탐...

하여간 탐이란 녀석은 데려 올 당시부터 달랐었다.  아직 똥오줌을 가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행이 소변은 조금씩 가리지만 '응가'는 절대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화장실이나 기타 지저분한 곳에서 해결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그리고 깨끗한 곳에서 해결한다. 탐에게 있어 '응가'는 자신만의 맛있는 별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히 위생에 신경을 쓰는 모양이다. 

그런녀석이 특히 입을 핧는 것을 좋아한다. 가끔씩 집으로 놀러오는 분들이 탐을 안아주면... 그 다음은 각자의 상상에 맡기겠다. 

그리고 탐은 내가 지금까지 길러본 강아지 중 가장 대화가 안되는 강아지다. 외부와의 교신에 정말 독특한 자신만의 방식이 있다. 어떻게 보면 자폐증인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멍청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 어떻게 보면 혹시 저놈이 레알 멍청한 연기를 하는거 아냐?하는 섬뜩한 생각이 들기도 하는 4차원 강아지다. 

그런 탐은 엉덩이라도 누군가에 붙여야만 하는 찰싹이다. 집에 가서 컴퓨터를 하면 의자 뒤의 좁은 공간에 끼여서, 잠을 잘 때는 팔이나 다리 옆에서, 뭔가를 먹을 때는 의자옆에 딱 붙어 정말 이렇게도 눈이 초롱일 수있을까하는 하염없는 눈으로 쳐다본다. 내가 없을때는 제니와 항상 붙어있어 거의 나와 제니의 cancer 수준이다. 

그런데... 


환상의 파트너 제니와 탐



그 탐이 제니와 그리고 나와 이별을 앞두고 있다. 

외국에서 오래계신 아버님께서 귀국을 하신 후 찰싹이 탐을 탐을 내셔서 부산집으로 데려가겠다고 통보를 하셨다. 탐을 탐을 낸다니 갑자기 생각하지도 못했던 여러생각들이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탐은 아버님을 따라가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강아지가 될 것임을 나는 잘 안다. 그렇기에 두말하지 않고 그러시라고 했다. 

하지만 제니는? 

어저께 물어봤는데 아직 대답이 없다...

그도 그럴것이 5년전 물어본 것도 아직 대답을 안하고 있는 신중하고 입이 무거운 녀석이니... 제니가 과연 이별을 알까? 만약 안다면 얼마나 그리워할까? 가뜩이나 금요일부터 주말을 중국에서 보내고 있어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적은데... 
 


멀어짐... 이런 것일까요...



사람도 그렇듯 강아지도 이별에 익숙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그렇지만 나도 제니도 익숙해 져야 한다. 더 행복한 탐을 위해... 

... 보다는 !이어야 하지만... ... 밖에 안된다...


...그리고!

아버님에게 카메라를 하나 선물해 드릴 계획이다. 그리고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도 알려드릴 계획이다. 자주 보지는 못하겠지만 매일 볼 수는 있을것 같다.



2009년도 그해 겨울의 막바지...